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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운 (2010-12-22)
나는 지금 林棲期에 처해 있다
 

나는 지금 林棲期에 처해 있다



환갑이 되기 전부터 서울 집을 떠나 남양주시 수동면 입석리 165-1에다 茂森山房을 짓고 여기서 혼자 밥을 끓여 먹으며 詩作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스님처럼 가족과 연을 끊고 사는 것은 아니다 가끔 서울 집에 가서 현숙 부인 얼굴도 보고 아이들과 대화도 나누며 밑반찬이라든지 먹을 것을 산방으로 가져오기도 한다

 

2010.12.02.



[조용헌 살롱] [762] 임서기(林棲期)

- 2010.11.28 22:40


역사가 오래된 문명에는 발효된 성분이 있다. 이 발효된 부분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을 준다. 인도문명이 필자에게 깊은 공감을 주는 대목이 하나 있다. 인생 4단계론이 그것이다. 태어나서 25세까지는 학습기(學習期)이다. 학교를 다니며 경전공부를 하고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시기이다. 50세까지는 가주기(家住期)이다. 가정을 꾸려 자식을 키우고, 돈을 벌며 사회적인 의무를 다하는 시기이다.


50세가 넘어가면서부터 급커브길이 시작된다. 바로 임서기(林棲期)이다. 숲 속에서 사는 시기를 말한다. 50세가 넘어 대략 75세까지로 생각한다. 50이 되면 가정을 떠나 동네 뒷산에 원두막 같은 허름한 집을 지어놓고 여기서 밥을 끓여 먹으며 사는 것이다. 깊은 심산유곡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가족과 떨어져 자기 혼자 사는 시기이다. 물론 완전히 가족과 단절된 것은 아니고, 가끔 동네로 내려가 부인 얼굴도 보고, 자식들과 이야기도 나눈다. 밑반찬이라든가 먹을 식량을 원두막으로 가지고 오기도 한다.


인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임서기는 우리나라 조선 선비들이 부모가 죽으면 묘지 옆에다가 원두막을 지어놓고 3년 동안 묘를 지키던 '시묘살이'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왜 인도인들은 '임서기'라는 단계를 정했을까? 그동안 사회적으로 쌓아놓은 토대를 잘 누리면서 살면 될 것이지 굳이 동네 뒷산으로 보따리 싸서 들어가 고생할 필요가 뭐 있는가. 나이 50이 되면 육체적인 에너지가 현격하게 쇠퇴하는 시기이다. 종족을 번식할 생물학적 에너지는 거의 다 썼다고 본다. 그러므로 집에 있을 필요가 없다. 부인과 자식에게 짐만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부인의 잔소리를 감당하기 힘들다. 동물의 왕국에서 보면 늙은 수사자가 젊은 수사자의 도전을 받고 무리에서 퇴출되는 이치와 같다. 임서기는 스스로 알아서 실행하는 자진 퇴출이라고나 할까.


임서기는 남자가 혼자 있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간이다. 가장은 그동안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으려면 반드시 혼자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인간이 가야 할 궁극의 길이요, 구원의 길이라고 인도인들은 생각하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