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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천 신진탁 (2010-01-27)
모시풀 인생의 넋
 

         모시풀 인생의 넋

                                                                                                         鶴天   신 진 탁

      흰 수건이 검은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친 발에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윤동주 시 속에서>

위 시(詩)의 표상하는 하얀색의 이미지는 고귀, 위엄, 순결함으로 무명은 겨울을. 삼베와 모시는 여름철에 즐겨 입었고 백의민족정신의 근간이 모시었다.
 
이 모시(苧布)는 상고시대부터 모시풀을 올올이 손끝으로 매만져서 두드러진 솜씨를 낸 대표적인 것이 한산모시다. 이 모시는 우리민족의 넋이 있어 우리네 혼과 어울려서 고아한 맵시에 정갈하다. 쪽을 찐 머리에 살을 베일정도로 상큼하게 다려 입은 여인의 모시치마 저고리가 청야한 느낌으로 까슬까슬한 감촉이 살포시 생각난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시대 한산의 한 노인이 건지 산에서 모시풀을 발견해 모시 나이(짜기 옛이름)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그 전통적 솜씨로 모시의 질과 혼(넋)은 잠적해 찾기 어렵고 다양생산으로 모시다운 모시가 아쉬움 속에 사라져 그 비법을 찾아본다.

  모시풀은 인공으로 재배하는데 키는 2m정도이며 뿌리와 줄기는 나무질이고 땅 속으로 뻗어 번식한다. 모시풀을 다루는 솜씨에 따라서
 
첫째는 초물로 4월 말에서 5월초이며. 두 물은 6월말 내지 7월초 순이고. 세물은 8월말에서 9월초 순으로 일 년에 세 번 수확하는데 그 중에서 제일 질이 좋은 것은 두 물 째로 통통하게 살찐 대의 껍질이 일품이다.
 
둘째는 모시 대를 거두어들이는 시기로 밑동이 갈색으로 변하고 밑의 첫 잎이 시들어 말라버릴 때가 가장 좋은 시기요 샘터 깔끄막이 좋은 장소로 질이 좋은 모시가 생산된다. 거두어들인 모시풀은 겉껍질을 벗기고 질긴 속껍질을 원료로 하는데 이것을 『태모시』라 하며 모시 짜는 과정이 시작된다. 먼저 태모시를 물에 담겼다가 볕에 바랜 다음 모시올을 왼손엄지에 휘감아 쥐고 오른손 손톱 끝으로 모시올 머리 쪽에서부터 꼬집듯이 쪼개고 손가락사이사이에 넣어 훑는다. 굵은듯하면 다시 이빨로 한 올 한 올 가늘고 길 게 쪼개어 내는 일이라 입술에 흉터까지 남았었다. 이것을 쩐지에 걸어놓고 무르팍과 허벅지 사이의 살에 손바닥으로 비벼 말아서 날줄과 씨줄을 만드는 작업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체나 소쿠리에 사리어 놓은 모시올이 한 뭉치가 되면 노끈으로 묶고 열여섯 뭉치가 되면 한필의 모시감이 된다. 이 모시올의 굵고 가늘기에 따라 『새』가 정해진다. 모시는 7새에서 15새(보름새)로 12새가 보통이다. 모시올 10올을 1모라 부르고 8모가 1새가 된다. 10새 쯤 되면 모시올이 1천 올이 넘으며 보름새 정도이면 머리카락보다 더 가늘어 1년에 몇 필밖에 짤 수 없다고 한다.
 
10올의 실 끝을 젓술대 구멍에 꿰어서 한줌에 쥐고 10올을 단위로 한 필 남짓한 길이로 잡아 날틀에 고정시켜야 한다. 가령 8새를 짜려면 날틀 한 끝에서 한 끝까지 일순하는데 서른두 번을 더 반복하여야 한다. 이렇게 건 실을 한 묶음을 만든다. 새에 따라 모시올을 바디에 꿰고 한끝을 도투마리에 고정 시킨다.
 
셋째는 끄시랑코가 너무 팽팽하면 작업은 쉬운데 끊어지고 느슨하면 작업이 느리다 그래서 팽팽하도록 조절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넷째는 생콩을 물에 담가 이튿날 맷돌에 간 콩물을 알맞게 개어놓고 바디로 모시올을 조절한 다음 풀 솔이 움직이는 부분의 바로 밑에 약30cm의 간격을 두고 멥겨 불을 놓는다. 이것은 은근하게 마르도록하기 위함인데 여기에 오랫동안의 경험이 필요하다.    다섯째는 생명체로 알맞은 온도를 손끝으로 찾아내는 것이 비법중의 핵심이었다. 도투마리 사이에 가는 시누 대를 넣어가며 감는데 도투마리를 한 번 감을 때마다 끄시랑코가 가까워지면 다시 가는 반복으로 도투마리와 끄시랑코 사이를 빠짐없이 풀칠해 나간다.
여섯째는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베틀에 앉아 있지만 바람이 불거나 비 오는 날에는 이 작업을 금해야 한다.
 
일곱째는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 애살포오시 웃음 지우며 물뿌리개로 날줄의 마른부분을 적시는데 습도가 높아도 안 되고 낮아도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삶의 호흡을 손끝의 촉감으로 조절이 중요하다.
 
여덟째는 습도의 공급이 부족하면 끊어지기 때문에 『세모시』는 한 올 한 올에 피가 통하기 위해 아무리 더운 여름철이라도 통풍이 안 되어 가슴이 칵칵 막히고 전신이 저릿하게 저려 와 흔들거림 속에서도 움집을 고집하며 짜야만했었다. 그러기에 모시풀 인생들은 눈이 짓물러 아픔을 감추고 참다가 피멍들어 처음엔 모시 잎같이 연초록이 점점 짙어져 멥겻 불에 붉게 익혀지고 은근히 치솟는 열기로 탄 가슴은 검정이 되더니 통풍이 되지 않은 곳에서는 골수가 빠지고 뼈골마저 타고 타 남은 재가 새하얀 가슴뿐이다. 모시풀 인생이 먼저 새하얀 재로 변신한 한산모시엔 올올이 모시풀인생의 넋(혼)이 깃든 모시로 그 질감에 숨겨진 숨결이 은은히 들리는 듯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