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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상 (2011-04-19)
할배
 

할배


그 마을 그 할배는 별로 말이 없었어.

새벽이슬 밟고 들에 나가 일하다가

저녁달이 뜰 때야 집으로 들어왔지.

목마르면 샘에서 바가지로 물마시고

이웃집 잔치라도 있어야 술 한 잔 할 뿐.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가을 지나 겨울이 되어도

할배의 하루는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았대.

 

무던한 안뜰 만나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황소 장에 가듯 그렇게 살았다고,

고개 너머 하늘을 보며

그냥 그렇게 웃곤 했지.

 

대처에라도 한 번 나가서

그 좋은 힘 왜 안 쓰냐면,

대처가 뭐 별 긴가,

나물 먹고 물마시면

그게 사람살이지.

정이나 발바닥이 심심하면

개울 건너 앞두들로

마실이나 가겠다고.

 

쇠죽 쑤는 아궁이에

등걸불이 활활 타면

입가에 침 흘리며 졸기도 하고,

여름날엔 마당에 관솔불 밝혀놓고

매캐한 모깃불 연기 맡으며

손주들을 재웠는데…….

 

그 할배 상여가 나가던 날은

길 위의 돌부리도

상여꾼들 발길을 잡고

호박꽃 꿀을 따던 벌들마저

종이꽃 곁으로 모였다고 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