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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길언

소설가

1940년 2월 17일 제주에서 출생하여 제주대학교와 한양대학교에서 25년 간 교수생 활을 하고 정년 은퇴한 후에, 평화의 문화연구소 소장과 《본질과 현상》 발행인·편집인 으로 활동했다. 2020년 별세했다.

1980년 《현대문학》에서 고 이범선 소설가의 추천을 받아 등단한 뒤, 『용마의 꿈』, 『배반의 끝』, 『나의 집을 떠나며』, 『유리벽』 등 10여 권의 소설집과 『한라산』, 『열정 시대』, 『숲의 왕국』, 『섬의 여인, 김만덕 꿈은 누가 꾸는가』 등 여러 편의 장편소설을 썼다.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녹원문학상, 기독교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백남학 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길언은 소설의 이론과 창작의 접점을 찾기 위해 소설 연구 작업을 계속하여 『문학과 사랑과 이데올로기』를 비롯, 『한국현대소설론』, 『소설쓰기 이론과 실제』 등의 이론서와 연구서를 썼다. 또 성경을 이해하는 방법론을 모색한 『문학과 성경』, 그 이론을 적용한 『인류 역사와 인간탐구의 대서사, 어떤 작가의 창세기 읽기』, 『솔로몬의 지혜』를 썼으며, 주변부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제주문화론』도 썼다. 또한 성장소설 3부작인 『전쟁놀이』,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 『못자국』을 써서 어린이 문학의 새로운 양식을 도모했다. 현길언은 소설의 몫이 인간의 진실을 탐구하는 데 있음을 신뢰 하는 리얼리스트이다.

|작품세계|

‘한 사발의 냉수와 투명한 어둠 속의 눈’


문학평론가 이재복

 

현길언의 문학적 연대기를 작성하는 일은 한 사발 냉수의 의미와 투명한 어둠을 향하는 그의 눈빛의 의미를 읽어내고 되짚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그가 추구해온 문학적인 면면은 ‘한 사발의 냉수와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훤칠한 키와 깡말라 보이는 그의 모습은 신경질적인 체질이 만들어내는 우울증의 왜소함과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불순하고 불온한 찌꺼기들이 제거되고 난 후의 맑고 투명함 같은 것이다. 너무나 맑고 투명하기 때문에 그에게서 한 사발의 냉수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중략) 그가 처한 상황은 혼돈과 혼란 그 자체였으며, 이것은 그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어 그에게 커다란 부채로 남는다. 이 혼돈과 혼란은 역사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가중되기에 이르고, 여기에 늘 변방과 주변성으로서의 제주라는 섬과 신이 개입되고, 또 복잡한 국 근현대사의 굵직굵 직한 사건들이 개입되면서 그 강도가 더해진다. 이 혼돈과 혼란 속에서 그는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어떤 진실을 발견하려고 한다. 진실의 발견이라는 강렬한 자의식은 유년기 그가 처한 상황 속에서 이미 하나의 트라우마traum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그가 손수 작성한 연보를 보면 그 트라우마의 흔적이 유년기 그의 의식에 얼마나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1940년 2월 17일(음력) 제주도 남제주군 남원면(현재 읍), 해안 일주도로변에서 한라산 쪽으로 5킬로쯤 들어간 산골인 수망리에서 출생. 부친이 남원면사무소에 다녔기 때문에 어릴 때는 남원리에서 살았다. 4살 때 숙부가 징병으로 일군에 입대하였다. 그때 일을 생생하게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1948년 가을, 4·3사건으로 남원리로 소개하여, 남원국민학교에 3학년으로 편입하였다. 그곳에서 다시 공비들의 습격을 받았다. 4·3사건 때에는 스물도 안 된 두 삼촌이 미쳐 소개를 못하여 공비가 되었고, 또한 할머니는 공비들의 습격으로 희생을 당했다. 한때는 가족들이 뿔뿔이 헤어져 살기도 하였는데, 모두들 미친 사람처럼 날뛰던 모습들이 지금도 악몽처럼 뇌리에 박혀 있다. 이때 교회 주일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현길언 연보」, 『한국소설문학대계 82』.


(중략) 그의 삶의 연대기 혹은 문학적 연대기의 구도가 이미 이처럼 유년기에 확고하게 틀 지워졌 으며, 이것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섬’이라는 운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제주 도, 여기에서 벌어진 4·3사건 이로 인한 비극적인 가족사, 이데올로기의 허위성과 그것의 진실 찾기, 삶과 죽음 사이에서의 방황과 신의 존재 발견 등 어쩌면 그가 평생 추구해온 삶과 문학의 방향성이 이미 유년기의 체험 속에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주제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단계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비시간적인 구도 속에서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가령 그가 시도하고 있는 아동성장소설의 경우 그 주제 역시 등단 이후 그가 줄곧 추구해온 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이런 맥락에서 그의 무학적인 연대기를 정리해 보면 대강 ① 『용마의 꿈』, 『광정당기』, 「그 믐밤의 제의」, 『김녕사굴 본풀이』로 대표되는 제주도 설화와 이야기의 소설적 형상화의 세계, ② 『껍질과 속살』, 『신열』, 『투명한 어둠』, 『신용비어천가』, 『우리시대의 열전』, 『회색도시』, 『무지개는 일곱색이어서 아름답다』, 『사제와 제물』, 『열정시대』로 대표되는 폭력적인 시대상 황에서의 윤리와 양심의 문제를 다룬 세계, ③ 『귀향』, 『우리들의 조부님』, 『한라산』 등으로 대표되는 4·3사건과 역사에 대한 인식의 세계, ④ 『관계』, 『보이지 않는 얼굴』, 『벌거벗은 순례자』, 『유리벽』, 『나의 집을 떠나며』, 『꿈은 누가 꾸는가』, 『숲의 왕국』 등으로 대표되는 인간과 신 혹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등에 대한 성찰의 세계, 그리고 ⑤ 『전쟁놀이』,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 『못자국』 등으로 대표되는 아이의 눈을 통한 성장과 통과제의의 세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은 편의적인 발상일 뿐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들은 섬이라는 운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제주도, 여기에서 벌어진 4·3사건, 이로 인한 비극적인 가족사, 이데올로기의 허위성과 그것의 진실 찾기, 삶과 죽음 사이에서의 방황과 신의 존재 등으로 코드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