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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

시인

임보 시인(본명: 강홍기)은 1940년 전남 순천 출생으로, 1962년 서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등단했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현대시운율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충북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다양한 작품집을 발표했다. 시집 『임보의 시들』, 『산방동동山房動動』, 『목마일 기木馬日記』, 『은수달 사냥』, 『황소의 뿔』, 『날아가는 은빛 연못』, 『겨울, 하늘소의 춤』, 『구름 위의 다락마을』, 『운주천불雲舟千佛』, 『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 는가』, 『자연학교』, 『장닭설법』, 『가시연꽃』, 『눈부신 귀향』, 『아내의 전성시대』, 『자운영꽃밭』, 『검은등뻐꾸기의 울음』, 『광화문 비각 앞에서 사람 기다리기』, 『山 上問答』, 『짚신과 장독』, 『월주국』 등. 시선집 『지상의 하루』. 시론집 『엄살의 시학』 등. 시론서 『좋은 시 깊이 읽기』 등이 있다. 시예술상, 상화시인상, 성균문학대 상, 한국현대시협상, 시와시학 작품상, 만해〈님〉문학상, 윤동주문학상, 김현승문 학상 , 제9회 문덕수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임보 시인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만, 특히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 삶의 철학적 성찰 등을 주제로 많이 다루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느끼는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쁨과 슬픔을 담아내고 있다.


시집 『가시연꽃』에서는 연꽃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을 노래 하고, 『목마일기』에서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과 아쉬움을 표현하였으며, 『수수꽃다리』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주제로 한 시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주제들이 자연을 사랑하고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는 독자들에게 공감이 주고 있다.

|작품세계|
이 시대의 마지막 풍류객

시인 임채우

임보 시인의 본명은 강홍기姜洪基, 《현대문학》에 추천받을 당시 우연히 ‘임보’라는 필명을 사용하여 세상에 널리 이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젊은 시절 그를 사로잡았던 인물은 프랑스의 천재 시인 랭보(A. Rimbaud)였다. 일찌감치 시를 팽개치고 아프리카로 건너가 대상隊商의 대열에 끼어 대지를 갈고 다녔던 그의 생애가 매력적으로 보였으리라. 그래서 랭보의 의음으로 ‘林步’를 사용했다. 영자 표기로는 ‘Rim-Poe’로 쓰는데 Poe는 미국의 유미주의 작가 포우(E. A. Poe)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그는 한평생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수도사대부속여자고등학교 교사를 첫 직장으로 하여, 서울예술고등학교, 정일학원, 선덕고등학교,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등이 주 직장이었다. 그런데 서울예고에서 정일학원으로 옮긴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 출퇴근 시간이 자유 스럽고 보수도 많다는 친구의 권유에 넘어간 것인데 막상 옮기고 얼마 안 가서 당국의 학원에 대한 제재가 강화된 바람에 있을 만한 곳이 못 되고 말았다. 거기서 6년 동안 아까운 30대 청춘을 소모하고 뒤늦게야 대학원에 진학할 결심을 한다. 그가 석사 박사 과정을 다 마칠 때는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뒤늦게 지방 대학에 자리를 얻게 되어 막차를 탄 대학교수가 되었다.

2003년에 교수직을 퇴임하고 시작詩作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도 덕성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시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평생 남을 가르치는 일에 매여있다고 할 수 있다. 제6회 녹색문학상 수상작인 『山上問答』(2016)은 그의 열아홉 번째 시집이다. 그는 시집 ‘머리의 글’에서 “시도 형식보다 내용이 주도하는 작품을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형식이 없는 시가 어디에 있겠는가. 일단 내용이 주가 되는 시를 써보자고 선언한 이상, 비교적 자유롭게 제1부는 문답 형식으로, 제2부는 강론 형식을 빌려 의미를 실어 나른다. 나머지 제3부와 4부는 자유시의 일반적인 형식에 의탁하고 있다.

이 시집은 자연스럽게 시선詩仙 이백李白의 「山中問答」이 연상된다. 첫 구는 설문인데 묻는 자는 당연히 속인俗人, 즉 은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일반인이다. “問余何意棲碧山 1” (무엇 때문에 푸른 산에 사느냐 묻기에), “笑而 不答心自閑”(웃으며 대꾸하지 않으니 마음이 한가롭다). 이하 3, 4구는 경치를 묘사하여 대답을 대신한다.

그는 제자들에게, 독자들에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물음에 답하기로 작정한 듯하 다. 나는 누구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며, 세상이란 무엇이고, 권력이란 무엇인가. 자연은, 생명은, 우주는, 영혼은, 사후 세계는… 세상의 지혜서들이 애써 답하거나, 또는 회피하려 했던 삶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 시인은 자문자답 형식으로, 강론으로 설파한 다. 다분히 종교적이고 명상적이며 초 논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시인의 상상과 사색이 빚어낸 구조적인 언어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시집 끝에 장시 「천축행天竺行」을 실었는데, 험한 뱃길을 뚫고 천축으로 구도의 길을 떠나는 약관의 승려, 신라의 혜초慧超가 겪는 고난과 역경은 이 길이 얼마나 어려운 길인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이 젊은 승려의 모습이 세상에서 답을 구하는 시인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심사평에 의하면 시인의 우주와 생명에 대한 사색은 동양적인 선禪 사상을 계승하고 있으며, 이 잠언적 시편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는 매우 합당하다. 늦게나마 이 시집에 대해 올바로 평가해준 《산림 문학山林文學》에 깊은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는 세상에 시가 널리 구가 되기를 고대하는 이 시대 마지막 풍류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