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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운

소설가

1950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1978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에 당선되며 등단하였다. 장편소설 『빗속의 연가』, 『불배』, 『풀잎 사랑』, 『바람꽃』, 『황토荒土』(전 2권), 『님의 침묵』(전3권), 『크레타의 물고기』, 『님의 침묵』(전3권, 개작), 『아내』( 전2권), 『소설 표해록漂海錄』 등. 소설집 『겨울 선부리』, 『무지개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청소부』, 『스웨덴 숲속에서 온 달라헤스트』 등.


콩트집 『한살박이 부부 신혼 방정식』(전2권), 『바람잡힌 남편』, 『재미없는 세상 재미있는 사람들』 등. 에세이집 『연꽃, 미소』. 1986년 5월 11일 단편소설 「혼돈의 늪」이 부처님 오신 날 특집 MBC베스트셀러극장에 〈다시 나는 새〉로 방영, 1991 년 단편소설 「호랑나비의 꿈」이 KBS 미니시리즈 〈위기의 남자〉로 방영, 1992년 콩트집 「궁합이 맞습니다」, SBS 수목 드라마 52부작 방영된 바 있다. 한국소설문 학상, 한국문학백년상 등을 수상하였다.


또한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등 여러 문단의 중요한 직책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한국산림문학회 고문으로 문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깊이 있는 주제와 섬세한 묘사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바이칼, 단군의 태양을 품다』, 『사라예 보의 장미』, 『표해록』, 『스웨덴 숲속에서 온 달라헤스트』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소설쓰기 트레이닝 『소설학림』 등 그는 다양한 장편소설, 소설집, 에세이, 인문학서를 포함해 30여 권의 작품을 출간하며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작품세계|
우공愚公의 시간

소설가 김성달

김호운 작가는 1950년 그러니까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해에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고, 그 전쟁에서 조국을 지키려던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는 아들에게 ‘사내는 울면 안 된다. 무슨 일이든 이젠 너 혼자 해결해야 한다.’고 엄하게 가르친 어머니는 하지만 평생 아들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다가 돌아가셨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가슴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는 이따금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면 금방 눈시울이 촉촉해 지고는 한다.


열아홉 살에 동해역에서 철도공무원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어른들의 틈바구니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면서도 문학의 꿈을 버리지 않고 틈틈이 소설 습작을 한다. 하지만 주변에 문학 공부를 하는 사람도 없었고, 워낙 시골에서 자라 문학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오로지 혼자 노력해서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가 되는 방법만 있는 줄 알았다. 문예지를 통해 등단하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 그래서 연말만 되면 각 신문사 신춘문예에 응모했지만 번번이 떨어졌고, 그러면 또 다음 해를 준비했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철도청에 사표를 던지고 고향으로 내려와 버린다. 당시 스물일곱 살이던 그는 결혼해 자식이 딸린 가장이기도 했다. 고향에 칩거해 독서와 습작에 몰두하던 어느 날 그는 고시 공부하듯 해서 소설가가 되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설가가 된다고 해도 그게 가족을 먹여 살리는 생계수단이 될 수 있다는 확신도 없었다. 이때부터 그는 정신적으로 방황하기 시작하며 심한 불면증에 시달려 헛것이 보이고, 잠시도 누워있을 수가 없어서 눈을 뜨고 앉아 꼬박 밤을 새워야 했다. 날이 갈수록 몰골이 형편없어 졌다. 어머니가 백방으로 수소문해 용하다는 약을 구해왔고, 이름난 무당을 불러와 굿을 했지만 불면증은 더욱 심해졌다.

그러던 중 한 의인義人을 만났다. 읍내에서 30여 리 떨어진 산골 마을에 사는 한의사였다. 삼대째 한의원을 하고 있다는 그 한의사는 낚시를 가거나 친구와 바둑을 두다가도 환자가 왔을까 봐 접고 달려온다고 했다. 혹여 환자가 자기를 만나지 못해 치유할 기회를 놓치면 만고에 죄를 짓는 일이라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약 냄새가 진동하는 허름한 한의원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커다란 족자의 ‘병불능살인病不能殺人 약불능활인藥不能活人’이라는 글이 제일 먼저 그의 눈을 찔렀다. 병이 사람을 못 죽이고 약이 사람을 못 구한다는 뜻의그 글을 보는 순간 빛줄기 하나가 그의 가슴을 쳤다. 모순인 글이었다. 그런데 그 모순 속에 답이 들어있었다. 인간의 생명은 산술算術로 만들어지고 스러지는 게 아니라, 운명에 순응하는 일로 나고 진다. 그것이 해답이었다. 의사나 환자는 최선을 다할 뿐 결과는 운명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 눈앞에 한 줄기 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여태까지 보지 못한 평화로운 기운이 그의 몸을 따뜻하게 감싸며 다가왔다. 한의사가 처방해준 한약 세 첩을 먹고 그는 불면증을 깨끗하게 치유했고, 그 한의사와 친해져 어설프게 노장 지학老莊之學을 공부하다가 주역과 논어 등 동양학을 배우는 스승과 제자 사이로 변했다.

불면증에서 벗어난 그는 곧바로 단편소설 「유리벽 저편」을 완성해 《월간문학》으로 보내고 신인상에 당선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1978년 여름 그는 이렇게 ‘소설’이라는 물건의 실체를 만난 것이었다.

수상작인 장편소설 「스웨던 숲속에서 온 달라헤스트」는 하늘과 땅, 나무와 숲, 자연의그 어느 것 하나 예사로 보지 않은 그의 작가적 심성이 생명의 푸르른 언어로 나타나고 나고 있는 뛰어난 소설이다.

김호운 작가의 호는 우공愚公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그 우공이다. 하지만 그는 이 고사성어의 ‘결국 뜻을 이룬다’는 결과보다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과 손자가 있고, 그들이 자자손손 대를 이어나갈 것이다.’라고 하면서 절대 조급해하지 않고그 과정의 실천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 우공을 본받고 싶어 호로 삼았다고 한다. 평생을 결과보다는 과정의 진정성 있는 실천으로 늘 우직하게 살아온 김호운 작가의 그 우공의 시간에 꽃을 피운 이번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아울러 수상 소식을 듣고 작가가 가장 먼저 떠올렸을 하늘나라에 계시는 작가의 어머님 께도 이렇게 좋은 작가를 우리들 곁에 보내주셔서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