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세계|
소박하면서도 거친 고향 사람들의 삶을 탐색해온 작가
문학평론가 김봉진
1942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홍성암 소설가는 어린 시절을 보낸 강릉 변두리인 연곡면 영진리 시기의 경험을 매우 중요한 문학적 자산으로 여기는 작가이다. 그곳은 농촌과 어촌이 어우러져 있어서 농민들의 소박한 모습과 어민들의 거칠면서 활기찬 모습이 함께 상존하던 곳이기도 하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다가 1년 만에 그만두고 뒤늦게 다시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탓에 정작 본격적인 문단활동은 매우 늦었 다. 1980년 12월 《월간문학》에서 소설부분 신인상을 받았고, 1981년 8월 《현대문학》에서 추천완료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소설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지금까지 10여 권의 창작집을 펴냈는데, 대부분 어린 시절을 보낸 영진리 시절의 생활과 전통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1981년에 펴낸 첫 소설집인 『아직도 출렁이는 어둠을』에는 「겁화경」, 「조시」 등 등단 작을 포함하여 12편의 단편소설들이 실려 있는데, 이들 소설 작품들은 향토성과 함께 원초적인 강인한 생명력을 주제로 하고 있다. 작가는 창작생활 초기부터 고향인 바닷가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크나큰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1988년에 펴낸두 번째 소설집 『큰물로 가는 큰고기』에는 「제삿날」, 「저승 언저리」, 「큰물로 가는 큰고 기」 등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그 작품들에서도 고향의 전통과 문화를 소재로 하여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탐색을 시도하고 있다.
세 번째 소설집 『어떤 귀향』에는 단편소설 「어떤 귀향」을 포함하여 「형의 죽음」 등 13 편의 소설작품들이 실려 있다. 작품들을 살펴보면 고향 이야기와 더불어 시대적인 상황과 양심의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다.
1999년 6월에 발간한 네 번째 소설집인 『가족』은 「증오의 늪」, 「검은 소용 돌이」, 「505호 병실 가족들」 등 가족을 소재로 한 5편의 중편소설들만을 모아놓은 작품집이다. 이 작품집에서는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된 가족 해체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작가는 이들 중편소설을 통해 가족의 해체에 뒤따르게 되는 사회적인 변화와 윤리적 가치관의 변화를 제시하여 우리 사회의 앞날을 다시금 생각해보도록 해주고 있다.
2008년 2월에 펴낸 단편소설집 『영진리 마을의 개』와 『다리가 없는 통닭』은 생명소설과 체험소설이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이, 생명에 대한 작가의 인식과 작가의 체험담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집이다. 작품집에 실려 있는 작품들에서는 서민들의 고단한 일상과 삶의 애환이 진하게 드러난다.
2018년 2월에 발간한 작품집 『영진리 블루』는 「어부의 노래」, 「영진리 블루」, 「연지 봉의 들고양이떼」 등 작가의 고향인 영진리 사람들의 삶을 그린 단편소설 작품들과, 데릴사위로 들어가서 자수성가했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그린 중편소설 「아버지의 땅」이 실려 있다.
이외에도 작가는 여러 권의 장편소설을 발표하였 다. 9권이나 되는 대하장편소설집으로 『남한산성』이 있고, 그 외에 2권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집 『세발 까마귀의 고독』과 2018년 제7회 녹색문학상 수상 작품인 「한송사의 숲」이 있다.
9권으로 이루어진 대하장편소설 『남한산성』에서는 우리 민족이 고통을 받았던 시절의 역사인 병자호란의 시기를 그 당시 세계 최강대국이던 청나라에 대항 하여 싸워 승리했던 전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두 권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 『세발 까마귀의 고독』 은 북파공작원이었던 심상혁이라는 주인공을 내세워서 6·25 전쟁 직후 북파공작원으로 활동했던 인물을 통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자 했던 순수한 젊은이들이 갖는 의식이 무엇인지를 파헤치고 있다.
이번에 녹색문학상을 받은 장편소설 『한송사의 숲』은 폐허가 된 한송사가 선심화 보살로 불리는 신씨 할머니에 의해 다시 중건되었다가 파괴당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한송사를 무너뜨리려는 세력들에게 저항하다가 목숨을 잃는 신씨 할머니의 고단한 삶과 힘들게 조성 되었던 해송 숲이 지역 유지 세력에 의해 망가졌다가 다시 복원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오래된 절인 한송사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소설가 흥성암은 초창기 작가시절부터 현재까지 주로 고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텃밭으로 삼아 창작활동을 하면서 고향 사람들의 꿈과 희망 그리고 좌절과 욕망의 삶을 기록해왔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숨겨져 있는 여러 문제를 제기 하면서 창작활동을 꾸준히 계속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