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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무
시인
1937년 경상남도 함안 출생으로, 마산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 단국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문학을 전공하였다.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로 활동을 시작하여,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국어국문학과 강사, 동덕여자대학교 여성개발대학원 문예창작과 강사,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 전공 교수를 역임하였다.
《현대문학》에 문학평론 「날개의 두표상」(통권97호), 「자의식의 문학」(통권 131호) 추천으로 등단하였다. 〈백치〉, 〈공백지대〉, 〈신년대〉, 〈동인수필〉 문학동인으로도 활동하였다. 한국시문학회·한국비평문학회·국어국문학회 회원이다. 문학평론가협회 부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장, 한국문예창작학회 자문위원, (사)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서울 이사, 한국문인협회 권익옹호위원회 위원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고문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제24회 현대문학상 문학평론부문, 제10회 시 문학상 시 부문 수상, 제10회 동국문학상 문학평론부문 수상, 제13회 윤동주문학상 본상 수상, 제21회 조연현 문학상 수상, 제3회 산의 날 산림청장 표창, 제27회 PEN문학상 문학평론 부문 수상 등이 있다.대통령 표창(‘96 문학의 해 공로)도 받았다.
저서로는 문학평론집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1985), 『존재와 소유의 문학』(2002), 『문학작품의 사고와 표현』(2006), 『문학의 환경과 변화의 시대』(2011), 시집 『꿈사설』(1978), 『떠나가는 시간』(1993), 『머문자리 그대로』(1997), 『숲과의 만남』(2014) 등, 수필집 『니그로오다 황금사슴 이야기』(1978), 『꽃바람 불던 날』(1987), 『기호가 말을 한다』(2000) 등, 문학평전 『구름다리 위를 거닐다 - 시조시인 조운 평전』(2006), 문학사전 『한국소설묘사사전』 전6권 (2002-2003), 문학교재 『문학개론』(공저. 1983), 『대학작문』(공저. 1988)이 있다.
|작품세계|
순명의식順命意識,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시인·문학평론가 이혜선
조병무 시인은 1965년 《현대문학》지에 평론이 추천되어 왕성한 평론활동을 해 오면서 한편으로 수필창작과 시작詩作에 심혈을 기울여 온 평론가 시인이다. 1978년에 첫 시집 『꿈·辭說』을 상재한 후 1993년 제2시집 『떠나가는 시간』, 1997년 제3시집 『머문 자리 그대로』, 2014년 『숲과의 만남』을 상재하고, 『한국 소설 묘사사전』 6권과 여러 권의 평론집을 비롯해 최근에 『문학의 환경과 변화의 시대』 『조운 평전-구름다리 위를 거닐다』 등을 간행하는 등 왕성한 활동으로 평단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인은 첫시집 『꿈·辭說』에서 꿈·사설이라는 장치를 빌어 의식의 흐름기법을 사용하여 내면의식의 흐름을 기술하면서 꿈과 현실의 이미지를 병치하기도 하고, 꿈꾸는 이상과 소망을 표출하면서 간절히 바라는 바가 꿈 속에서 이루어 졌음을 이미지화 해왔다.
첫 시집에 나오는 『꿈사설·山行』에서 山을 오르면서 신령이 보내주는 ‘황홀히 빛나는’ 배를 타고 신비의 바다를 따라 흘러가는 구원을 노래하면서부터 시인의 시세계는 산과 숲과 자연과의 교감을 노래해왔다. 최근에 펴낸 『숲과의 만남』에 이르면 산과 숲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일체가 되어 살아가는 시인의 삶을 만날 수 있다.
‘현관에서 오백 구십 아홉 발자국쯤 걸어가면’ (『숲은 나를 오라하고』) 칠흑 같은 산이 숲의 문을 열어주어 시인을 안아 들이고, 시인만 산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안개 가득한 새벽이면 물안개를 앞세우고 산자락이 시인을 찾아 걸어오기도 한다. ‘후미진 골짝에 서 있는 신령’이 되어 산이 시인을 찾아오는 영성의 교감을 이루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산은 침묵하지만 외경의 대상으로서의 산이며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산이다. 조병무 시인이 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보고 싶은 사람이 그리워질 때 찾아가는 산이며, 온통 마음을 빼앗겨 그곳에다 마음을 두고 오는 산이기 때문이다.(『산에 두고 온 마음』)
우주는 하나의 도덕적 질서이며 인간사는 우주의 도덕적 본성과 조화를 이룰 때에만 번성할 수 있다. 우주가 도덕적 질서를 갖고 자연의 섭리에 의해 운행되므로 우리 인간도 이에 순응하고 관조와 초월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태도, 즉 천명과 운명을 알고, 이해하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태도를 순명順命이라 한다.
천명天命 즉 하늘의 命과 인간의 운명, 자연을 움직이게 하는 우주 만유의 섭리, 도덕적 질서 등을 깨닫고 이해하며 관조의 경지에서 직관하고 순응하는 순명의식順命意識은 조병무 시인의 시세계에 일찍이부터 나타나고 있다.
시인을 위시하여 우리 모두의 삶의 태도가 순명에 이르기 위해서는 ‘긴 연습’이 필요하다. 조병무 시인의 삶의 자세에 ‘마음’은 언제나 풀어야 할 화두로 자리 잡고 있는데 시인의 제3시집에서 「마음」 「마음 하나」라는 시를 비롯해서 <111 話頭 이야기〉편에 수록된 대부분의 시가 마음 찾기, 혹은 마음 다스리기와 관련되어 있다. 시인은 ‘시집을 내며’라는 제3시집 서문에서도 ‘수만 번 마음의 갈등과 변화의 속성에서 고뇌’해 왔음을 고백하면서 고심 끝에 진리를 발견하고 또다시 번뇌하고 그 후에 다시 ‘마음의 질서’를 알게 되는 깨달음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마음의 질서를 안다는 것은 큰 깨달음이 있은 연후에야 가능한 일이며 이러한 깨달음이 있어야 더 큰 우주의 마음 즉 우주적 질서와, 인간의 운명과,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에 대한 순명의 자세가 가능해지는 것이리라. 이러한 순명의 자리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마음을 찾고’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떠나보내는’ 수행의 자세로 일생을 살아가고 있는 시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공자는 육십에 이순耳順이라고 하여 귀가 순해진다고 했다.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의 이치를 알고 하늘의 이치까지 깨닫는다는 뜻일 게다. 시인은 『세상은』에서 ‘가까이 보는 세상’은 한눈에 보이지 않지만 ‘위에서 아래로 보았을 때만이 모두가 한 눈에 보이는’ 것을 깨닫는다. 공자가 귀로 느낀 것을 시인은 그대로 눈으로 느끼면서 만물의 이치를 깨닫는 순명의식이 손에 잡힐 듯하다.
15세에 학문에 뜻을 세운 공자가 평생을 갈고 닦아 육십에 이르러 이순이라고 하였듯이 시인도 초기시부터 시종여일하게 화두로 삼아 마음 닦기에 ‘천년 세월/ 머금은/ 수도자’ 『용문사 은행나무』)로 정진한 결과 ‘위에서 아래를’ 심안心眼으로 볼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르고 있다.
『용문사 은행나무』뿐만 아니라 이번 「녹색문학상」 수상작 『산을 오르다 보면』에서도 마음을 떠나보내는 방법, 마음을 비우는 방법을 익히는 곳이 다른 곳 아닌 ‘산’ 즉 자연의 품속이라는 고백 속에 조 시인의 자연 사랑과, 자연 속에서 터득하며 실천하는 순명의식을 읽을 수 있다.
그러하기에 시인의 귀는 산과 숲에서 ‘새벽 무한의 소리를 들으며’ ‘바람의 흔적을 좇아서 숲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과 환희를 체득하며’ ‘영령들의 미소’ 속에서 순명의 나날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시인은 초기시부터 제3시집까지 일관된 순명의식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순명의 자세로 사물을 바라볼 때 그의 고요한 의식에는 저절로 관조와 초월이 자리잡게 된다. 관조觀照; enjoyment, contemplation란 감상하고 완상하며 쾌감을 수반하는 미적美的 향수享受를 의미한다. 또한 자연과 인간과 삶을 지혜로 비추어 맑은 물에 만유가 비치듯 있는 그대로를 직관直觀하고 초월하는 향수의 태도이다.
시인의 관조적 입장은 자연 중에서도 식물성을 통해 드러나고 초월자의 직관적 태도는 이처럼 산을 소재로 한 시에서 엿볼 수 있다. 산이란 그 자체가 평지에서 올려다보아야 하는 위치에 있으며 그 위에 오르면 누구나 하늘이나 신령스런 무언가에 더 가까이 이른 듯 접신接神이라도 할 수 있을 듯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 시인도 이처럼 산에 올라 초월적 상승 의지나 비상의 의지를 표출하고 있는데 인간 누구나의 보편적 감성에 의존하여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처럼 초기시부터 일관되게 나타나는 조병무 시인의 숲사랑, 산사랑, 자연사랑으로 이어지는 영성의 교감과 거기서 이루어지는 순명의식과 관조의 시의식과, 삶 속에서의 실천이야말로 「녹색문학상」이 지향하는 ‘숲사랑, 생명존중, 녹색환경보전’과 가장 부합되는 시세계이며 삶의 태도라 할 것이다.
시인과 필자는 1966년 경남 마산의 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작문 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났다. 그 후에 한 달에 한 번씩 발간되는 학교신문 〈진달래 학보〉의 지도교사와 학생기자로 만나 많은 지도를 받으면서 다른 학생들보다 더 인간적인 친밀함을 가질 수 있었다. 그 후로 오랫동안 사제간의 정을 돈독히 하면서 많은 가르침을 받아오고 있다. 한 때의 사제간의 만남은 사회에서 문단에서 더욱 깊어져서, 필자는 여러 면에서 선생님을 귀감 삼으며 뒤따르려 노력하고 있다.
조병무 시인은 문단에서는 후덕한 인품과 긍정적인 삶의 태도로 많은 동료 후배문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으며, 교육자로서 많은 제자들의 가슴에 인간적인 훈기로 길을 가리키는 나침반 역할을 해오셨다. 젊은 시절에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의기와 비판의식으로 바른 말을 잘 하셔서 개인적인 손해를 본 적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타고난 너그러운 성품과, 청년시절 불교학생회장을 필두로 해서 평생 동안 마음을 다스리는 불교적 포용력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따뜻하고 푸근한 느낌을 준다.
오랫동안 산엘 오르며 산과 교감을 나누는 산을 닮은 인품 앞에서는 누구나 자연을 대한 듯이 편안한 마음이 된다. 이러한 인품과 더불어 타고난 정의감과, 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 균형 잡힌 비판의식은 여러 문학단체의 고문과 어른으로서 때로는 얽힌 매듭을 풀어주는 어려운 역할도 수행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조 시인은 페미니스트로서 경상도 남자답지 않게 부인과 두 딸에게 자상한 남편이며 아버지로서,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섬세한 감성으로 가사분담도 즐겁게 실천하며 앞서 가는 분이시다.
화양리에 사실 때에도 반포에 사실 때에도 시인의 자연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집안 가득 화초들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반포에서는 아침마다 우면산에 오르고 산본에서는 수리산에 즐겨 올랐다.
산본으로 이사 가시고 난 뒤 어느 해 눈 내리는 날 전화를 드렸더니 지금 수리산에 있다고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면서 눈 내리는 산과 눈을 맞고 서 있는 나무들의 기막힌 풍경을 전해주셨다. 해마다 첫 눈이 내리면 무조건 수리산의 ‘정자’에서 만나자는 산본 문인들의 약속에 따라 몇몇 문인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고, 눈 내리는 산 속에서 시회詩會를 열고 있다는 말씀이었다. 이처럼 산과 숲을 비롯한 자연과의 행복한 만남과 일체감 속에서 살아가는 시인이기에 그의 삶 속에는 순명의식과 관조와 만유萬有에 대한 사랑이 깊게 자리 잡아 자연과 화합하는 삶으로 이끌어주는 것일 게다.
영국의 시인이며 평론가인 매슈 아놀드(Mathew Arnold, 1822-1888)는 “문학은 인간이다”라고 하였다. 시는 그 시인의 생활에서 우러나는 체험의 낙수이며 시 정신의 결정체이다.
조병무 시인의 시에서 그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읽을 수 있으며 그의 정신이 무엇을 염원하고 무엇을 위해 정진하고 있는가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시인은 초기 시부터 ‘마음 찾기, 마음 비우기, 마음 다스리기’ 등 마음의 향방을 찾아 수도자의 자세로 일관된 시정신을 보여주는데 그것이 마침내 하늘의 명命과 인간의 운명, 우주 만유의 섭리, 도덕적 질서 등을 깨닫고 순응하는 순명의식으로 표출된다. 시인의 의식이 이처럼 순명과 관조에 이르기까지는 언제나 자연사랑, 숲과 산에 대한 사랑이 함께 하였으며 마침내 자연과 일체가 되는 우주적 교감을 이루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건강을 유지하시어 이러한 시인의 시의식이 더욱 높깊은 꽃으로 피어나기를 기원한다.